홀로 산책할 때 숲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된다
그림·글 : 이성수 (미술가)
홀로 산책할 때 숲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된다
60F oil on canvas 2019
이른 밤에 숲을 거닐다가
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.
자연 속에 나만 있을 때 나는 내가 매우
특별하고 이질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.
잎이 다 떨어진 나무 가지들이
처음엔 스산하게 느껴졌으나
이내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즐기게 되었다.
나는 이 순간 내가 모든 인간의 정수인 양
우쭐하여져서 신에게 질문을 던지고
자연에게 대답을 듣는다.
거룩한 이 순간 숲은 스테인드글라스 배경이 되고
나는 성스러운 한 명의 현자가 된다.
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.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.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, 환상이 있고, 웃음이 있고, 공기가 있고,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. 환경, 동물,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. ⓒLee Soungsoo soungsoolee@gmail.com