정상에 오른 세친구
그림·글 : 이성수 (미술가)
정상에 오른 세친구 40F oil on canvas 2020
정상에 오른 세 친구
그날 하늘은 금빛으로 빛났고, 산들은 구름에 떠있는 섬들 같았으며, 정상에 오르는 길은 험난해 우리는 마치 무슨 업적을 이뤄낸 기분이었다. 오르는 시간과 내려오는 시간, 그 과정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기 위해 정상이라는 목표는 절대적인 대상이었다.
우리는 정상에 올라 잠깐 만족감을 경험하고 또 다른 정상을 바라본다. 그리고 매력적인 다른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망설임 없이 함께 내려 달린다. 그리고 여정 중 대부분의 시간을 그 사이 어디쯤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.
정상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. 인생의 모든 개념을 높음과 낮음으로 정리한 사람들 때문에 더욱 그렇다. 사실 높다는 것이 좋은 이유는 시원한 바람, 사방이 트인 정경뿐이다. 하지만 이 높이의 문제를 상징으로 접근하면 아이러니가 발생한다.
정상은 목적지이면서 경유지이고, 상승의 끝이자 하락의 시작이며, 가장 좁은 곳이면서도 가장 넓게 쓰이는 곳이다. 한 번도 정상에 이르지 못하거나 꿈꾸지 않은 사람에겐 어쩌면 필요하지도 않은 척박한 지점일 뿐이지만 오름과 내림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겐 그 곳이 필요하다.
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.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.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, 환상이 있고, 웃음이 있고, 공기가 있고,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. 환경, 동물,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. ⓒLee Soungsoo soungsoolee@gmail.com