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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합니다
    Soungsoo Lee
    Painter
    이성수 / 상세보기
    저글링 광대의 고백
    추천수 214
    조회수   1,685
    저글링 광대의 고백
    그림·글 : 이성수 (미술가)

    공 하나를 던지는 순간 모든 것은 시작됩니다. 내 인생, 나의 의미는 결국 이 네 개의 공에 놓여있습니다. 어떤 이는 생명을 구하고, 어떤 이는 새로운 땅을 발견하고, 어떤 이는 아름다운 음악을, 어떤 이는 신을 소개하는데 난 이 공 네 개로 인생을 채우고 있습니다. 보잘것없는 나의 인생은 하지만 사람들의 웃음을 만나면 달라집니다. 공 하나가 올라가고 또 하나가 올라가면 아이들은 그 순간 우주에 이 공과 내 손만 존재하는 것처럼 주의를 기울입니다. 세 번째 공이 올라가면 여인의 탄성이 들리고 네 번째 공이 올라가면 인색한 아재들의 흥이 돌아옵니다. 사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에 공 네 개로 족하다면 나도 조금 위대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?
    공연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. 위기도 있겠지요. 진정한 위기와 꾸며낸 위기들. 그 위기를 극복하는 사이 짧은 사오 분의 시간이 지나면 관객은 완전히 공과 나와 중력과 하나가 되어 보낸 매우 특별한 경험을 마칩니다. 마지막 공을 손으로 나꿔 챈 후 난 위대한 성취를 이룬 역사적 인물처럼 관객 앞에 겸손한 오만을 부립니다. 그리고 관객은 나의 오만에 박수를 보냅니다.

     

    _이성수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. 2003년부터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그룹 전과 아트페어에 참가했다.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있고, 환상이 있고, 웃음이 있고, 공기가 있고, 바다가 있으며 그 안에 너와 내가 있다. 환경, 동물, 사람이 존재하고 융합되는 그의 이미지는 때로는 부드럽게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지독하게 차가운 얼굴로 다가와 세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. ⓒLee Soungsoo soungsoolee@gmail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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